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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습니다 : 하늘로 보내는 마지막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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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김서윤 저
리드리드출판
모두
슬픔에서 찾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제문은 죽은 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편지를 쓰며 생전의 모습을 떠올리고, 추억하며 살아 있는 사람도 위안을 받는 것이다. 죽은 사람은 그것으로 모두 끝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 잊히게 된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세월이 많이 흘러도 살아 있는 이들은 가끔은 함께했던 소소한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리며 웃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더 잘해주지 못한 미안함으로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그저 평생을 아물지 않는 상처로 가슴에 품고 살아갈 뿐이다. 곁을 떠난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우리 조상들의 제문과 애사, 묘비명과 행장들을 모았다. 비록 제문이라고는 하나 이승에서 저승으로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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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부모의 가슴에 묻다
하늘을 보고 통곡하고 땅을 치며 울어도 _배용길이 딸에게
내 정성이 부족한 까닭이더냐 _세종이 첫째 딸 정소공주에게
이것으로라도 아비의 얼굴을 대신하련다 _허목이 딸에게
그 고통을 어찌 감당하란 말이냐 _김창협이 아들에게
나는 누가 묻어준단 말이냐 _상진이 아들에게
어머니, 아버지라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_강정일당이 막내딸에게
너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불행할 뿐이다 _김윤식이 큰아들에게
정녕 나를 두고 간 것이냐 _정경세가 아들에게
참으로 나의 죄이다 _조익이 아들 내양에게
너와 다시 단란하게 지낼 수만 있다면 _송상기가 아들에게
온전히 살길 바랄 뿐이었다 _이식이 아들에게
2장 형제, 절반의 상실
우리 나이를 덜어 너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면… _김창협이 누이에게
누님의 고운 눈썹만 같은 새벽달 _박지원이 누님에게
혼자 남겨진 나는 어쩌란 말이냐 _윤증이 동생에게
어머니가 자식을 보살피듯이 _정구가 누님에게
차마 옥 같은 너를 어찌 묻을 수 있단 말인가 _이덕무가 누이에게
그 누가 우리 형제만큼 정이 깊을까 _정조가 동생 진에게
다음에도 형제로 태어나고 싶구나 _이언적이 동생 자용에게
다시 만나기를 약속했건만 _이현일이 누이에게
의지할 곳은 오직 형님뿐이었습니다 _이상정이 형님에게
같이 말 달리던 아우야 _이현일이 아우에게
20년 동안 같이 산 의리가 있건만 _신흠이 누님에게
천륜의 지기를 잃었으니 _김윤식이 사촌 아우 국경에게
3장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아버지의 일대기를 쓰다 _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를 그리워하며
효도할 날은 짧고 _김익정이 어머니에게
후세 사람들에게 부탁하노니 _이문건이 부모님이 걱정되어 쓴 비문
불원천리 찾아오소서 _이언적이 어머니에게
나의 고름과 피를 씻어주었습니다 _정약용이 서모에게
백모는 저의 어머니 같으신 분입니다 _황현이 큰어머니에게
제가 살아있는 것은 이모 덕분입니다 _안정복이 이모에게
정성을 다하여 모시려고 했는데 _김육이 고모에게
4장 나의 반쪽이여!
얼마나 아내에게 주고 싶었던 부인첩인데 _허균이 부인에게
내 마음을 흔든 것은 당신뿐이오 _김정희가 아내에게
당신이 가지 않았더라면 _변계량이 아내에게
그대를 생각하지 않는 날이 없을 것이오 _조익이 아내에게
우리의 애정은 굳건했지요 _이상정이 아내에게
언제나 새색시와 같았습니다 _이남규가 아내에게
그대로 두려고 합니다 _김종직이 아내에게
5장 줄이 끊어지다
사람과 거문고가 함께 없어졌으니 _홍대용이 연익성에게
세상에서 가장 슬픈 죽음 _이정구가 홍사고에게
그의 이름은 영원할 것이다 _박지원이 홍대용에게
명이 어이 그리 짧은가 _허균이 화가 이정에게
하루저녁의 약속이 한으로 남았습니다 _정제두가 민성재에게
내 마음을 알아줄 사람이 없습니다 _홍대용이 민장에게
다시 마주 앉아 웃을 수 있을까요 _김정희가 백파선사에게
오직 그대만은 나를 외면하지 않고 _김상헌이 이소한에게
선생께 욕되지 않게 하겠습니다 _송상기가 우암 송시열에게
마음으로 통한 벗 _최립이 친구 이수지에게
6장 가는 세월을 어찌 막으랴
다섯 글자만 새기도록 하라 _성혼이 스스로 짓다
지난날을 거두어 정리하며 _정약용이 자신에게
다시 무엇을 구하리오 _명문銘文은 스스로 짓고 썼다
후세 사람들이 경계토록 하노라 _허목이 자신에게 쓰다
에·필·로·그 슬픔에서 찾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슬픔에서 찾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제문은 죽은 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편지를 쓰며 생전의 모습을 떠올리고, 추억하며 살아 있는 사람도 위안을 받는 것이다. 죽은 사람은 그것으로 모두 끝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 잊히게 된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세월이 많이 흘러도 살아 있는 이들은 가끔은 함께했던 소소한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리며 웃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더 잘해주지 못한 미안함으로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그저 평생을 아물지 않는 상처로 가슴에 품고 살아갈 뿐이다.
곁을 떠난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우리 조상들의 제문과 애사, 묘비명과 행장들을 모았다. 비록 제문이라고는 하나 이승에서 저승으로 보내는 편지다. 보고 싶은 그리움을 토로하고 함께 했던 지난날들을 추억하며 그동안 이승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소소한 일상까지도 꼼꼼하게 적어 보낸 글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저자 : 김서윤
역사 속의 안타까운 인물과 사건에 대해 관심이 많다. 역사소설 『토정 이지함, 민중의 낙원을 꿈꾸다』는 그런 맥락에서 출간된 작품이다. 이 책은 죽은 자를 애도하고 기억하려는 우리 조상들의 제문이나 애사, 묘비명, 그리고 행장 등을 모은 것이다. 옛사람들은 제문이라는 형식을 빌려 죽은 이에게 편지를 썼다. 비록 몸은 우리 곁에 없지만 마음속에는 항상 같이 있다는 것을 죽은 이에게도 알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제문은 원래 죽은 사람을 위해 쓰는 것이지만 오히려 살아 있는 자신들을 위로 하는 글이기도 하다. 마지막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현재의 삶이 아름답기 때문임을 알기 위함이 이 글의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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