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에게 어떠한 도움도 바라지 않는 마음, 울타리 안에 당신을 들여놓지 않겠다는 의지는 결국 기대었다가 상처받지 않겠다는 의지와 다를 바 없다. 마음을 다쳤다고 칭얼거리고 어리광부려주면 좋을 텐데. 기댈 줄 아는 것도 강해지는 것만큼이나 연습이 필요하다.
물론 열쇠조차 없이 단단하게 걸어 잠근 울타리는 좋은 관계의 가능성마저 차단하고 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누구든 내 울타리 안에 들여놓고 나면, 그들이 어지르고 상처 입힌 정원을 치우는 것은 결국 자신의 몫이다. 모두에게 마음을 꽁꽁 닫는 것은 외롭지만, 쉽게 마음을 여는 것은 위험한 것이다.
삶의 긴 실선에서 몇 군데쯤, 긴 여행을 떠나야만 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끝나지 않을 것처럼 되풀이되는 시간의 속박을 견뎌낼 수가 있을까. 하지만 대개 그 지점을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치거나, 아니면 못 본 척하며 현실에 발을 묶고 만다. 참을성이란 또 한편, 어른을 이루고 있는 몇 가지 요소 중 하나이므로.
---본문 중에서
동물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반려동물 잡지 매거진P와 매거진C에서 사회생활 첫 발을 내딛었다. 동물들과 함께한 에피소드와 사진을 모아 엮은 이 책은 저자가 취재뿐 아니라 소소한 길 위에서 만난 고양이와의 교감을 자신 특유의 감성으로 써왔던 일기와 같다. 특히 저자는 문예지 영남문학에서 단편소설 부분 신인상을 받았으며, 제1회 카페문학상 단편소설 부분 가작을 수상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블로그, 서울메트로 웹진 등의 외부기자로 활동하였으며, 현재는 반려동물 잡지 매거진P와 매거진C에 동물문화 에세이를 기고하며 프리랜서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